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느라 이제 올립니다.
참고로 저는 스타워즈란 컨텐츠에 애정이 많거나
스타워즈를 보고자란 스타워즈키드 세대는 아닙니다.
789편이 나온다기에 그제서야 찾아보게 된 평범하게 SF영화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팬분들에 비해선 관점의 깊이가 많이 부족할수있습니다.
관람은 개봉첫날 CGV IMAX관에서 봤습니다.
보면서 이 영화가 기존의 스타워즈를 파괴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상 '노! 모어! 조지루카스!'를 외치면서 메가폰을 들었다고 생각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스타워즈라기엔 너무 이상하고.. 무리수라 생각되는 요소가 많았는데,
영화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을 몇가지 정리해봤습니다.
1. 오리엔탈리즘
원래 제다이 = 사무라이, 포스 = 기의 모티브라곤 하지만,
이번편은 더 동양뽕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붉은 트루퍼들과의 전투씬은, 사무라이 / 닌자 영화나, 킬빌의 크레이지 88씬 같은
전형적인 일대다 동양액션의 영향을 많이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씬에 나오는 트루퍼들의 투구디자인은 더 노골적인 사무라이 투구가 사용되었고,
사용하는 무기도 사슬날, 삼지창, 쌍칼같은 동양무기가 다양하게 등장하고요.
(독도가 연상되는) 제다이 섬의 루크 스카이워커도, 전형적인 은둔고수 같은 묘사가 들어갑니다.
뜻모를 말, 뜻모를 행동으로 문하생을 뺑이돌리고, 삼고초려를 할때까지 얘기도 들어주지 않는 모습은
그대로 중국어나 일본어 영화로 만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동양권 문학에서 익숙하게 반복되는 전개방식이죠.
심지어 마지막엔 열반에 올라서 성불까지 합니다.
그리고 영화 초반의 목숨을 버리는 폭격장면과
보라머리 제독 누나의 카미카제 어택은,
노골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그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연출은 정말 멋졌음.. 왜 꼭 사람이 그걸 조종해야하는진 알 수 없지만)
2. 구세대에서 신세대로의 이동
마지막 제다이가 이루려는 목표는 구세대 인물을 모두 죽이고,
그 구도를 신세대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결국 벤 솔로와 레이가 각 진영의 대표가 되면 더는 볼게 없는 내용이죠.
(레아는 진짜 왜 안죽었는지 모르겠네요)
내용적으로 봐도 초시공 이동 한 번하고 눈앞에 보이는 행성기지에 숨는게 전부인데,
이렇게 단순한 얘기를 2시간 40분짜리 영화로 만든것도 참 신기하더라구요.
아무튼 엄청많이 죽습니다. 제국군도 카미카제 어택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보라머리 제독누나를 포함한 반란군의 대부분도 궤멸됩니다.
헐리우드의 인종다양성을 상징하는 핀과 로즈
7편의 주인공인 포와 불멸의 레아, 마지막 제다이 레이 외에 엑스트라 몇명을 제외한
모든 반란군들이 죽어버리죠...
사실상 반란군을 궤멸시켜서 재구성하지 않으면 안될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제국군은 드디어 다스베이더의 빈 자리를 외손자로 채웠구요.
3. 영웅서사 -> 민중서사
스타워즈를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로 많이 구분하는데,
저는 스페이스 소프 오페라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모든 주요인물이 결국 스카이워커 가문으로 편입되는 일종의 아침드라마죠.
뛰어난 포스사용자인 스카이워커들의 집안싸움으로
온 우주가 들썩들썩하고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고 북치고 장구치는
뼈속까지 원맨쇼 영웅중심서사 영화인데,
이 영화를 완전히 민중중심 서사영화로 바꿔놨습니다. 매우 어설프게요.
루크가 계속 이야기하죠.
나 하나 뛰어든다고 제국군 전부를 어떻게 할 수 있는것도 아니라고.
마치 다크나이트 ->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생각나는 시점인데,
다크나이트 라이즈처럼 영웅 없이도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웅이 존재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저번 편까지만해도 일당백의 실력과 번뜩이는 재치로 사건을 해결하던
해결사들이 계획하나 세우지 못하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바뀌어버립니다.
그나마도 행동하는 몇몇들은 줄창 모든 계획이 실패로 끝나죠.
감독이 자기 의도를 표현하기위해 이렇게까지
시리즈물이 갖는 연속성을 뒤집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 영화의 유일한 해결사 역할을 맡은 루크 스카이워커도 결국
직접적인 해결보단 시간끌기만으로도 힘들고 벅차서 성불해버리고 맙니다.
4. 절대악의 모호함
애초에 스타워즈 세계관은 악과 선의 설득력이 높은편은 아님.
왜 악한짓을 하는지 왜 제국주의는 안되는지... 이런부분을 납득시키는 영화는 아님
그렇기에 스타워즈는 세계관 내에서의 사회적인 문제에 카메라를 들이밀지 않고,
동화적인 분위기를 이용해서 이 부분을 관객의 상상력에 미뤄버림.
거기다 다스베이더의 카리스마가 절대악의 이미지를 납득시키는 것임.
이제는 다스베이더는 없지만, 제국이미지의 관성으로 이 부분이 지켜지던 것인데
이 자리를 고뇌하는 악역인 벤 솔로에게 쥐어줘버림.
게다가 코드브레이커 씬에서 노골적으로 제국과 반란군 모두
자본과 시스템에 기생하는 존재라는걸 인지시켜줌.
거기다 반란군의 실패가 계속되면서 무고한 반란군들이 계속 죽어나가면서
반란군의 정의에 대해 물음표를 들게 만들었음.
레아와 벤 솔로도 진짜 악과 선에 대해, 다크포스와 제다이포스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함.
이 과정에서 관객은 선과 악의 절대성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음.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절대 수습하지 않않음...
결국 벤 솔로는 천하통일을 꿈꾸고 레이는 마지막 제다이가 되는 선과 악의 구도를 재구축함.
영화의 설득력을 스스로 마이너스 시킨 부분이라 생각함.
5. 이 모든 의도를 구현하는 방법, 낚시, 페이크 혹은 맥거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게 페이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스타워즈의 모든것이 부숴지는 혼돈 파괴 망가가 일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이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스타워즈스러운 장면들을 전부 실패와 파괴 죽음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렇지 않은 장면들도 기본적으론 일단 속이고 봅니다.
레이와 핀의 러브라인 -> 로즈와 키스
레아/루크 포스연결 + 레이/벤솔로 포스연결? 혹시 남매? -> 스노크 장난
선악의 모호성, 레이/벤의 갈등 잔뜩 묘사 -> 서로 다크포스, 제다이 대표 됨
코드브레이커 목걸이도 돌려주면서 혹시 츤데레케릭..? -> 정보파는 배신자
반짝이트루퍼(여자목소리)는 핀과 특별한 관계? -> 아임 유어 마더 안하고 그냥 죽음
제다이섬 물속에 남아있는 한 대의 비행선 -> 루크 영화내내 집 밖에 안나감
카지노 별에서 붉은장미를 찾아야 함! -> 노숙자로 대체함
탐지기를 무력화 시키면 탈출할 수 있을거야! -> 말그대로 그냥 실패함
포가 그래도 준주인공이니 해결해줄거야! -> 쩌리
보라머리 제독이 혹시.. 스파이? 혹은 무능한 인물? -> 자기희생 캐릭터
루크 막대기 타고 절벽 건너감 -> 이동수단아니고 낚시도구였음
캐리피셔 배우가 돌아가셨으니 이제 레아도 마지막이겠다... -> 불멸의 레아
함선이 포격되서 다 죽음 -> 레아만 살아 돌아옴
탈출 중에 한명은 남아서 희생해야하는 상황 -> 레아 희생 안함
레아를 제외하고 모두 팔콘호에 타고, 레이는 레아를 보고 문을 닫음 -> 어느새 레아도 타있음
6. 그냥 허접한 부분들
시스템의 문제를 얘기하는 민중의 상징 로즈 자체가 너무 구리고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스노크와 원격 광선검은 정말 수준이하라고 생각합니다.
반란군을 구해줄 코드브레이커 앞에서 목걸이를 아까워하는 자린고비 정신
파란 우유를 꼭 먹어야 했는지
제국군 천공기 앞에서 펼쳐지는 사랑타령과 키스씬의 하드트롤링
철문도 뚫는 레이저를 버티는 고물 비행선이라던지
로봇개그를 다 지우고 나온 뜬금없는 귀여운 생명체들
포를 직위해제 시키자마자 출동시키는 레아
요다가 꼭 그 모습이어야 했는지
보라머리 제독의 묵언수행, 함선에 혼자 남는사람이 왜 C-3PO면 안되는지
이 외에도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지만 감독의 낚시에 뒤통수를 계속 맞느라
사실 이런부분은 크게 신경쓰이진 않더라구요.
아무튼 이 영화는 당연해서 놀랍지도 않은 레이가 제다이가 되는 영화였는데,
반란군이나 제국군이나 둘다 병신들이었다는걸 제외하면 딱히 남는게 없네요.
가장 아쉬운건, 기존의 스타워즈였으면
매우 긴장되는 장면이거나 감동적으로 쓰일 수 있는 사건들도
허무한 실패나 개그로 소모해버렸다는 점이
스타워즈의 클래식한 재미를 기대한 저에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래도 눈요기는 꽤 되는 영화였는데
여기서 벌린 원작감성 파괴행적들을 9편에서 어떻게 수습할지에 따라
2보 전진을 위한 1보후퇴였는지 그냥 망한영화인지 판단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글을 좀 뜨문뜨문 쓰느라 말투가 중구난방이네요
그래도 3.3 ~ 3.5점 정도는 주고싶습니다.
돈이 아깝단 생각까진 안드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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