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
이 작품의 성공이 신카이 마코토가 정말 한꺼풀 벗은건지 아닌지는
솔직히 다음작품이 나와봐야 알겠다 싶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이전작에 비해서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 되는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1. 추억이 아닌 사람으로 표현된 여성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감독이 학창시절 연애를 진짜 짝사랑만 하다 끝난건지 호구 찌질이었는지는 몰라도 마치 트라우마 배설하듯 그간의 작품에서 등장한 여자 케릭터는 섬세하고 설득력을 가지고 묘사되던 남자 주인공의 심리묘사나 설정에 비해 지나치게 '다른세계'사람임이 강조되고 말 그대로 '추억속에 미화 된 첫사랑'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케릭터 뿐이었습니다.
이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에서 단 한번도 속 시원하게 남녀 주인공이 이루어진 적 없이
최대의 양보가 '잘되었을 것이다' 라고 예상이 되는 연출을 끝으로 열린 결말 이상의 답을
결코 보여주지 않는 특유의 세계관으로도 표현되곤 했는데
이번작 너의 이름은에서 마찬가지로 마무리 자체는 이름을 물어보며 확실한 남녀의 맺어짐이나
해피앤딩을 서술하지 않고 해피앤딩이었겠거니 하고 관객의 사고를 유도하는 열린 결말로 끝났습니다만 이전과는 확실히 차별화 된 점이라면 여주인공의 묘사가 더 이상 미화된 추억의 한페이지 같은 비현실적이고 아름답기만 하고 신비하기만 한 그런 케릭터가 아닌 보다 생활감을 가지고 이전 작들의 남자 주인공들을 묘사했던 심리처럼(물론 별을 쫒는 아이는 아예 처음부터 여자애 관점이긴 했지만 이쪽 역시 관점이나 세계 자체가 아예 '꿈속'이라는 느낌이 강한 동화나 판타지로 분류해야해서 배제합니다.) 하나의 제대로 된 인격체로 다루어진 신카이 마코토 최초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 극복하지 못할 현실을 극복하다.
이전까지의 작품들은 늘상 남녀주인공이 태생부터 다르달까?
사는 세계가 지극히 다른 두사람으로 그려지면서 그 안에 안타까움 애달픔을 묘사함과 동시에
나아가 불합리할 정도로 극복할 수 없는 현실 앞에 갈라지는 이야기 구도가 획일적으로 등장해왔습니다... 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주인공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불합리하고 대항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장애를 극복해 내면서 처음으로 포기가 아닌 극복이 다루어졌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이것은 별을 쫒는 아이와는 다르게 특별한 힘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계기는 되었지만) 순수히 본인들의 의지와 힘 노력만으로 극복한다는 점에서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이 재미만 있으면 되었지 1과 2가 왜 중요하냐 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1번과 2번의 성향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청소년기에 겪었던 어떤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발생한 신카이 마코토작 내의 클리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독이 이런 트라우마를 끌어안고 한정된 구도로 마치 욕구배설을 하는 식으로 작품을 계속 만들어간다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감독이 될거라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짝사랑하면서 뇌내망상으로만 연애해본 찌질이의 자기합리화와 미사어구를 통한 추억찬양 같은 불편한 느낌이 사라졌어! 라는게 솔직한 심정인거죠.
3. 메세지와 상징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이번 너의 이름은 이라는 작품의 메세지로
'현재 만족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 속의 노력이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라는 식으로 해석하게 되었는데, 이걸 만약 감독이 의도하고 소재와 사건 인물의 성격등을 연출했다 한다면 이전 작들에 비해 정말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정도로 의도했다기 보다 그냥 이야기의 개연성과 설득력을 맞춰나가는 과정중에 우연히 아다리가 맞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봄)
뭐 감독이 백퍼 의도한 연출이 아니더라해도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작품의 주제메세지를 다양한 상징들이 다양한 연출기법을 통해 뒷받침 해줄때 그걸 전부 이해하거나 딥리딩해서 메세지를 해석하지 못한다 해도 무의식적이고 감각적으로 '좋고', '나쁨'을 분간해내니 단순히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상반적으로 상징하던 전통과 기술 혹은 시골과 도시 여유와 치열 같은 기초적이고 중심적인 부분 부터 핸드폰을 통해 연결된 두사람이 초월적 재앙(극복할 수 없는 장애)를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서로간의 '목소리'로 주고 받고 단순히 의사의 전달이 아니라 마음의 교류와 소통을 '목소리'를 통해 쌓아나가다가 결론에 가서 서로가 잃어버린 서로의 '이름'을 찾아내는 과정은 제법 철학적으로도 해석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유독 마음에 들었더랬습니다.
'이름'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구분'하기 위해서 쓰기도 하지만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이고 '타인'의 입을 통해 불리워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상대의 몸으로 뒤바뀌면서 자신의 일상을 뒤흔드는 불청객으로서의 서로가 아니라 이해하고 알아가고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호칭하는 '이름'의 존재는 분명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현재 만족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 속의 노력이란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작품의 메세지를 정의한 바 있는데, 바꿔말하면 두 주인공은 서로의 현재(일상)을 바꿔서 생활하며 일상에 잊고 지내던 소중한 부분과 반대로 꿈꿔오던 무언가를 바꾸어 경험해 봄으로 무의미한줄 알았던 일상에 의미를 되찾고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은 가치있는 삶임을 재확인 하기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목소리는 본심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숨겨진 가치 라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목소리로 의사전달을 핸드폰은 서로간의 연결을 해주는 매체임과 동시에 숨겨진 가치를 연결해주는 통로이기도 하죠. 여기서 서로를 전통과 현대 혹은 시골과 도시로 본다면 각각의 장점을 이어주는 기술 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고
이는 이후에 선배와 데이트후 선배의 진심이 만남에서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아닌 핸드폰에서 목소리만으로 전달 되는 부분이나 이후 전화통화가 끊어져버리고 난 뒤의 불안과 불편에 대한 연출에서도 일관성 있게 상징이 유지되는 부분입니다. 이전작까지의 신카이마코토는 이정도로 능수능란하고 다양한 상황과 상징간의 연결은 안되는 감독이었으니까. 의식하고 연출했던 무의식적으로(감각과 욕구로) 해낸 것이든 작품 자체의 깊이가 확실히 깊어진 맛이 있다고 봅니다.
4. 연출의 무계중심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까지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간단히 평하자면 아름답지만 답답한 샌님 같은 작품들이었습니다. 연출적인 면에 있어서도 이 호흡의 조절이라고 하는 것을 단순히 일상과 사건의 조합만으로 처리를 하고 인물의 감정선의 변화나 상황에 따른 인물이나 상황의 변화와 반응이라는 것이 그 낙차가 상당히 적고 한정적이란 느낌이었다면 너의 이름은 에서는 뜬금없이 치고들어오는 개그씬이나 말장난 등에서 여유와 위트가 느껴지게 되고 그 여유와 위트 나아가 하이텐션에서 떨어지는 진지함의 낙차 사이에 진폭이 커진 것이 호흡조절에 있어서도 감독의 성장이라고 느껴졌고 식상하거나 지루함을 잡아줄 좋은 해법처럼 보였습니다.
나아가 긴장이나 안심을 받아들이는 각 인물의 개성차에 대해서도 이 유머와 위트가 들어가면서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한 비현실적인 반응이 역으로 그 비현실 속에서라면 타당한 리얼리티를 역으로 끌어내는 위트가 느껴졌었죠 (울면서 가슴주므르기 라던지) 그러면서 사회적 문제나 이슈에 대한 깨알같은 비판이 숨어있는 것도 세간에 신카이 마코토식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하던 것중 하나인데 이것도 나름 잘 녹아있어서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발전된 모습이라 좋았습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향타는 작품이 될거란 느낌입니다.
물론 흥행에는 성공하긴 했고 기술적으로도 여러모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지만
일본 특유의 과장되었달까 중2병 스러운 시츄에이션이 여전히 곳곳에 눈에 띄는데
뭐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도 이런 특색이 있어서 국가적 특성일까 싶지만서도 그런 실사영상이 아닌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더욱 리얼리티를 추구하거나 드라마를 추구한다면 작위적인 씬이나 대사를 보다 담백하게 풀어내는 방향이 감동을 키우기에도 더 좋지 않았을까? 아니면 최소한 그런 작위적인 대사를 최소화해서 아예 임팩트를 한곳에 강하게 때려넣는 식으로 썼으면 좀 더 좋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취향상의 아쉬움은 있네요.
그리고 앞서 케릭터를 이야기 했을때에도 한번 말했지만 이전작품에 비해 확실히 추억속의 현실감없는 여자에서 좀 더 인생과 인격이 살아있는 인물상으로 여자가 그려지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신카이마코토의 여성취향이 의심스러운 쪽으로 치중된 인물상이라 다음작품에는 좀 색다른 인물상의 여성을 보고 싶은 마음도 아쉬움으로 남더군요.
6. 끝으로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간만에 알맹이가 있는 일본애니였습니다.
일본 애니시장 전체적으로 케릭터 팔이 쪽으로만 치우친데다 감독이 작품에 메세지를 담거나
상징을 활용하는 창작의 최소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할 만큼 쓰레기들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인지라 이정도 되는 작품이면 돈주고 극장에서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 되네요
하다못해 개그만화라도 메세지를 뒷받침하는 상징의 과장이나 생략 같은 데포르메가 없을 수 없는데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은 상징의 활용은 커녕 그냥 메세지 자체가 없는 예쁜 껍데기 속에 욕구배설 같은 오물들만 가득 채워서 취향껏 똥퍼먹으라고 주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보니 이런 작품은 개인적으로 몹시 반갑게 느껴집니다. 아직 안보셨다면 보시길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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