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핸들에 손을 얹었다. 새 차는 아니지만 이 감촉은
일찌기 겪지 못한 새로운 것, 그리 생각하면 새 차나 다름 없었다. 시동을 거는 순간
압도적인 엔진음이 고막을 지나간다. "오오... 역시 배기량이 다르네." 차는 스르륵
앞으로 나아간다. 직진도, 커브도 모두 이전과는 다른 느낌.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사실 이 차가 그렇게까지 유니크하진 않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리라. 이 차의 주인에게 자신의 엉덩이를 보여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자동도 좋기만 하구만..."
수동이 진리라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물론 나도 수동에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있어야 사던 말던 하지. 요즘 자동변속기는 사람보다 빨리 반응해서 변속한다고 하니
레이서도 아닌 내가 굳이 수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이만한 차는 드물다. 아주 만족스럽다. 현대차를 싫어하는 단단한 알지롱거와, 트랙스를
몰아 보기는 커녕 타보지도 못하고 빠는 에푸킬라, 그리고 독궈놀로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기만자들도 이제 다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돌아갈까, 집으로..."
신나게 달린 뒤의 귀가길은 조용했다. 집에서 알지롱 차게를 보면 사람들은 부러움과
시샘, 수동으로 하지, 왜 트랙스를 사지 않았냐는 비난 등의 반응을 보이겠지. 그런 반응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 내일은 트랙스를 사러 가야겠다.(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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