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유로6에 대응하지 않은 채 베라크루즈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점차적인 판매량 감소와 더불어 유로6 대응 시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측됨에 따른 결정이다. 유로6와 관련해 똑같이 단종설에 시달렸던 모하비는 최근 판매량이 회복됨에 따라 양산을 이어갈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모든 디젤 승용차에 기존 유로5 보다 질소산화물은 80%, 분진은 60% 더 줄여야 하는 유로6를 의무화했다. 1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기 때문에 이전 생산물량까지는 판매할 수 있고, 올해 9월부터는 유로6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디젤 차량의 생산이나 수입이 금지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선택적 촉매환원 저감장치(SCR), 디젤 미립자 필터(DPF) 등을 제품별로 추가 장착해야 하는데, 특히 선택적 환원촉매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요소수 탱크, 펌프 등 각종 장치가 세트로 들어가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차량 가격이 700만원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라크루즈는 현대차가 대형 고급 SUV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개발해 양산한 첫 고급 SUV 모델이다. 출시 당시 BMW X5나 렉서스 RX350 등 해외 고급 SUV를 경쟁 모델로 한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기도 했다.2006년 10월 첫선을 보인 이후 2009년형, 차체 자세 제어 장치가 모든 트림에 적용된 2011년형, 유로5에 대응한 V6 3.0ℓ SⅡ 엔진을 적용한 2012년형, 국내 최초 3000㏄ V6 엔진을 탑재한 2015년형으로 이어져 왔다. 출시 이듬해인 2007년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총 5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지만, 바로 다음 해부터 내리막을 걷더니 최근 2년 동안에는 5000대 안팎에 그치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SUV가 대세로 떠오른 최근 2~3년 사이에도 베라크루즈는 꾸준히 판매량이 감소해왔다"며 "SUV용 3000㏄급 S엔진을 적용할 수 있는 차가 현재로썬 베라크루즈와 모하비밖에 없는 만큼 개발비용 대비 수익을 생각하면 억지로 끌고 가는 데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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