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가 혼자라 사흘동안 잠잘 틈 없이 정신없이 보내고 장례식장에서 끼니때마다 같은 반찬에 시래기국 먹는 것에 대한 약간의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오늘 아침에 중국집 문 열 시간까지 기다려서 짜장면 시켜먹은게 그나마 기분전환하는 유일한 일이었는데, 괜찮다 괜찮다 해도 사망신고 하고 돌아오는 길에 씁쓸해서 평소에 신호대기 중에 기어 중립에 사이드 브레이크하면 기름을 덜먹니 하는거 관심도 없어서 그래본적도 별로 없던 차에 왠일로 그러고 멍하게 밖에 보면서 담배불 한번 붙이는데 차가 밀리는 지도 가고 있는지도 인지 못하고 멍때리다가 들이박은 앞 차 구형 산타페.
내려보니 정각도로 박은 내 차와는 무관해보이는 범퍼 자국에 별 일 아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내 잘못이라서 정중하게 인사하고 미안하다 하고 다치신데 없나 살피고 명함 주고 그러고 돌아서니 대물에 대인에 예방에 목이 아프니 할 말이 없다. 내 잘못이고 아프다는데 어쩌겠어..
마음이 약해진건지 마음이 외로워진건지 마음이 공허해진건지 어디 푸념을 하고 싶은데 SNS 나 이런데는 사고 -> 괜찮냐 -> 괜찮음 -> 안다쳤어? -> 안다쳤어 -> 조심하지 -> 어.. 이런 류의 대화만 오갈 것이 뻔한데다, 상 치루고 있는 터에 힘내라, 이제 니가 잘해야지, 이제 엄마에게 더 효도하고 이런 말을 구천번쯤 들으니 그게 또 한없이 지겹고 폭력같이 다가와서 몸 잘 추스려라, 정도로 그치는게 아름다운 일인것만 같아서 괜히 생면부지의 이 곳에 글을 남깁니다.
부디 그저 푸념이라 생각해주시길. 다 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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