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오후 8시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인 수원 삼성과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는 한국에 만연해 있는 성적지상주의가 낳은 한편의 비극이었다.
물론 수원이 이날 보여준 경기력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차범근 감독의 평소 지론인 체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이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모습을 수원은 90분 내내 유감없이 보여줬고 이런 그들에게 1-0의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리그나 컵 경기도 아니였으며 하물며 팀 전력 강화를 위한 평가전도 아니였다. '2004 바르셀로나 여름 아시아 투어'라는 명목이 말해주듯 바르셀로나는 아시아 마케팅의 일환으로 여름 비시즌동안 그들이 보유한 스타들을 이용한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것이었다. 당연히 수원을 상대로 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마음 가짐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이벤트에 가까운 것이었다.
지난 5월로 2003/04시즌을 마감한 바르셀로나는 이후 팀원들 중 일부가 유럽선수권(유로 2004)나 남미선수권(코파아메리카)에 참가했으며 이번 여름 선수단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제대로 된 팀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단이 한국에 와있는 동안에도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는 브라질 대표 수비수 에드밀손이 계약서에 서명하고 입단하는 등 여전히 팀 전력 보강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새시즌 개막이 아직도 한달 가량 남아있는 상황인만큼 훈련 자체가 시급하지 않기도 하다.
이에 비해 수원은 2004시즌 전반기를 마치고 아시안컵 참가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삼성하우젠컵에 임하고 있는 중이다. 체력적인 준비나 훈련의 강도, 조직력 등 개인 능력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두 팀이 이 시점에서 맞상대를 할 이유는 거의 없다.
단련에 의한 것이 아닌 개개인의 기본 체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 거기다 신입 선수들로 인해 서로간의 손발도 맞춰본 시간이 짧은 바르셀로나가 투어라는 단어 그대로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했다가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원의 압박에 직면했을 때 느꼈을 감정은 물어보나마나 황당함 그 자체였을 것이다.
물론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는 죄가 없다. 개인 능력의 열세를 정신력과 활동량으로 메우려 하는 것은 그동안 각종 국제경기에서 한국팀들이 익히 보여준 것이 아니던가. 게다가 그 결과까지 훌륭했으니 오늘 수원 선수들의 경기 자체에는 100점을 줘도 이상함이 없다. 결국 문제는 이벤트성 경기의 당사자들이 이를 즐기지 못하고 승부에 집착하도록 만든 성적지상주의에 있는 것이다.
이날 주심을 맡은 이상용씨의 판정은 경기를 과격하게 만든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철저히 리그 경기에 입각한 그의 휘슬은 양팀이 어떠한 목적으로 대결을 펼치고 있는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파울 그 자체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불어졌다. 판정이라도 시종 일관 엄격했다면 불만은 사지 않았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경기의 흐름을, 또 다른 상황에서는 파울의 발생을 위주로 한 그의 오락가락했던 판정 기준은 보기에 따라 홈어드밴티지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2년전 한국과 월드컵에서 맞대결해 우리측의 고의 여부를 떠나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 리그에 속한 팀을 상대로 하면서 공식 경기도 아닌 이날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었을까? 경기 중반 이후부터 터치라인 근처까지 수시로 나와 경기 진행과 판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던 프랑크 레이카르트 바르셀로나 감독은 이로 인해 목이 상했는지(물론 진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본인만이 알 뿐)경기 후 인터뷰를 거부하기도 했다.
판정의 문제는 선수들의 흥분으로 나타난다. 경기 내내 상대의 예기치 못한 강한 압박에 시달리며 날카로워진 신경이 편파판정의 오해와 결합하면 거친 플레이가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원의 미드필더 우르모브에게 그야말로 통렬한 프리킥 골을 허용한 것을 전후하여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플레이는 수원 선수들 못지 않게 터프해졌고 양팀 선수들은 잦은 신경전을 벌이며 마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클래식 더비를 방불케 하는 접전을 벌였다.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들이 비시즌동안 가장 조심하는 것은 다름 아닌 부상이다. 떨어지는 나뭇잎도 피한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유럽 리그에 비해 경기 진행 속도는 다소 처질지 몰라도 거친 면에서는 어느 리그에게도 지기 싫어한다는 K리그의 특성을 유감없이 들어낸 수원 선수들을 맞아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내심 공포감을 느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대외 홍보 문구인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을 온몸으로 체현한 수원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이를 겪은 상대에겐 단순히 역동적이 아닌 살인적이었으리라.
90분간의 사투 끝에 0-1로 패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관례라 할 수 있는 유니폼 교환 내지 상대와의 악수도 없이 상기된 표정으로 황급히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렸고 감독이 공식 인터뷰를 거부해 코치와 선수 한명이 이를 대신하기도 했다. 누가봐도 이들은 여행(투어)를 왔다가 기분이 상한 관광객에 다름이 아니다.
물론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주관하에 SM스포츠가 이를 대행하여 바르셀로나측과 접촉하여 그들의 아시아 투어 경기 중 하나를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이 대가로 적잖은 외화가 지불되었다. 따라서 바르셀로나는 한국에서 최선을 다해 팬 서비스를 다할 의무가 있다.
경기전까지 언론과 팬들의 보도와 반응을 종합할 때 입국 후 이들의 태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고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수원전에 대해서도 대가를 이미 치른만큼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원팀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으며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이런 방식이 최선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의문시된다. 수원의 가공할 경기력 덕분에 부상에 대한 위협을 느낀 바르셀로나가 내년 이후 방한 계획을 잡지 않을 가능성은 현재로 볼 때 상당히 높다. 이럴 경우 단순히 돈을 더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짧은 생각이다.
바르셀로나의 방한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단지 바르셀로나만이 아니었다. 그 상대인 수원도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현역시절 스타 플레이어였던 레이카르트의 발언으로 인해 차범근 수원 감독의 입지가 새삼 주목받기도 했다. 주로 카탈루냐 지역 언론에 한정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상대팀 수원에 대해 K리그와 아시아 클럽대항전 경력 등이 소개되는 등 홍보 효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퍼졌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호나우딩유를 축으로 축구팬들이라면 가슴설레하는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들을 보유하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축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단체이다. 흔히 국내에선 국가대표팀과 K리그, 해외축구팬들의 층이 서로 달라 교집합이 없다곤 하지만 축구란 하나의 종목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결국 유사한 마케팅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웃나라 일본이 J리그를 창설하며 유럽과 남미에서 은퇴 직전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용병으로 한동안 선호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정말로 그들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됐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축구붐을 일으켜 관중을 확보하고 시장의 크기를 넓히려는 의도가 있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에서 축구는 국기라 불리는 야구를 위협할 정도의 팬층을 자랑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승리를 함으로 수원 선수들 개개인과 팀이 얻은 자신감과 경험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날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방한이 1회성으로 끝이 난다면 결국 손해보는 것은 그들일까 아니면 우리일까?
다행히 경기의 흥행과 방한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아시아 투어에서 한국이 공식 루트화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면 이번 경기를 통해 드러난 몇가지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앞서 언급한 대로 우선 심판들의 판정과 선수들의 경기자세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비장함을 털어내야 한다. 자선모금 등 다양한 목적으로 수시로 열리는 해외의 이벤트 경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오프사이드 등 실제 경기에서는 중요시되는 규칙위반도 눈감아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스타 플레이어의 화려한 묘기에 의한 득점, 정식 선수에 비해 기량이 아무래도 처지는 저명한 번외 선수(게스트)의 우연한 득점 등이 발생했을 때 기계적인 판정기준을 들이대 반칙을 발견하여 무효화한다면 흥행 요소는 자연 반감되기 마련이다.
국내에서 이와 유사한 성격의 경기를 찾자면 매년 여름마다 열리는 올스타전이 대표적일 것이다. 소속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원과 바르셀로나의 경기와 직접적인 비교는 다소 곤란하겠지만 승패에 연연할 필요 없이 즐겨야 한다는 점만은 다르지 않다. 이날 경기에 참여했던 수원 선수들은 올스타전에서도 이런 성실한 경기를 펼칠 것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일부러 패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올스타전 등 이벤트 경기에서처럼 2인 이상이 동반되는 조직적인 압박과 거친 플레이를 지양하고 개인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보여지는 축구를 하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선수 중 한명이라는 호나우딩유가 수원 선수 3~4명의 밀집 수비에 막혀 묘기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은 수원팀을 응원했던 팬들을 제외한 나머지 관중들, 즉 해외의 유명 스타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맞이하여 만만치 않은 입장료를 지불하고 경기장에 입장한 이들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황임을 선수들은 알아야 한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전반 강한 압박을 지양하고 수비진의 최종라인에 상대 공격이 근접했을 경우에만 전력을 다해 수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대한 상대의 공격 전개를 원할하게 이뤄지게 하는 것은 이벤트성 경기에서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수원 선수들은 상대가 볼을 잡을 경우 2명 이상이 예사로 달려들어 강한 압박을 가했고 몸상태가 좋지 못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그들의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며 경기 내내 고전해야 했다.
이날 수원 경기장에서 특유의 응집력을 한껏 과시한 수원팀의 서포터즈 블루윙즈의 응원 태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팀을 응원하는 것이야 서포터들의 주임무이니 뭐라 할 이유가 없지만 평가전(혹은 친선경기)보다도 더 격이 낮다고 할 수 있는 투어 경기(말 그대로 여행 삼아 온 상대팀이다.)에까지 상대팀에 대한 야유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현장에 갔다 온 팬들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수원이 아닌 바르셀로나라는 팀과 선수들에게 호감을 갖고 입장한 여타 관중들에게 직간접적인 위해도 서슴치 않았다고 하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해서는 차후 방한이 성사될 경우 상대팀을 특정 클럽이 아닌 K리그 올스타 같은 혼성팀으로 잡는 것도 생각해봄직 하다. 이번처럼 상대팀이 내노라 하는 1군 선수들을 대거 데려왔다면 우리도 격을 맞춰주는 것이 흥행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다.
매끄럽지 못한 운영도 문제점이었다. 세계 주요 언어 중 하나인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팀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바르셀로나 팀과 여러 사안에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많이 노출됐는데 이를 시정해야 보다 나은 행사가 가능하다. 만약 이날 경기전에 양팀의 수뇌부들이 회동하여 경기에 대한 여러 부분들을 상의했다면 파울이 난무하는 이런 거친 경기는 일어나지 않을수도 있었다.
스포츠, 특히 축구에 있어 성실함은 경기력의 보증수표와도 같다. '게으름은 곧 죽음'이라는 말이 축구만큼 잘 어울리는 종목도 없을 것이다.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돌풍을 시작으로 최근 주요 대회에서 축구의 이러한 기초적인 특성에 충실한 팀들이 화려한 스타들을 보유한 강팀들을 혼내주는 일은 더이상 이변이라 하기도 어려울만큼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하면 부러진다'라는 말처럼 1년 365일 내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왕성한 체력과 강한 압박만을 추구한다면 그 선수와 팀은 전력을 100%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저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전국을 괴롭히고 있는 중복을 하루 앞둔 날, 이벤트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을 맞이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여 결국 승리를 거둔 수원 선수들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수도권에서 벌인 이 거사는 필자로 하여금 기쁨보다는 서글픔을 느끼게 하였다. 여유와 즐거움이 필요할때도 이를 느끼지 못하고 오직 자신들의 임무에만 충실하도록 만든 이는 과연 누구인가? 학창시절부터 성적지상주의와 서열화를 강요받고 자라나는 우리네 현실이 빚은 참혹한 비극이 필자를 우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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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200% 동의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돈주고 불러다가 야유하면
그게 또라이지 제정신인가. 하여간에 예전에 유벤투스, AC밀란 유스팀
불러다가 4골차로 이겨놓고 딸딸이치는 마인드에서 한치도 못벗어난
한심한 짓거리를 오늘은 바르셀로나가 훈련못해서 병신인 상황에서
한번 더 보여준거에 불과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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