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출신의 소동파는 당대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학자이기도 했던 그가, 동시대 고려를 끔찍하게 증오했으며 서슴없이 고려해악론, 고려금수론을 주장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난 오늘 알았다.
하여 왜 그런 고명한 학자가 '고려' 말만 들으면 거품을 물었는지.. 알지롱거들에게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 "북방의 도적(소동파가 고려를 부르던 또다른 호칭...)이 황국에 들어와 조공하는것은 터럭만큼의 이득이 없고, 손해는 다섯가지나 됩니다.당장 사가를 금해야 하옵니다." - 송사. 외국열전 고려전 중에서
- 당시 송나라는 북방의 요나라(거란)와 첨예하게 대립하던 중이였다. 요나라는 호시탐탐 따뜻한 남쪽 나라 송나라를 탐해 침략을 일삼고 있었고, 송나라는 그 정예함을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이때 요나라는 송나라를 공략하면서 그 옆에 있던 고려에게도 기웃거리게 되는데.. 한때 고려에 화친을 시도한적도 있지만, 요나라가 발해를 멸망시켰다는 이유로 태조 왕건이 요나라로부터 선물받은 낙타를 굶겨 죽여버리는등. 사이가 험악하기 이를대 없는 와중에. 요나라가 결국 고려를 먼저 굴복시켜야겠다며 10만대군을 몰고 고려를 쳐들어간다.
그리고 이걸 강감찬 장군이 귀주에서 압도적으로 개박살 낸다(귀주대첩)
대국인 송도 어찌하지 못한 북방야만의 정예 10만을 고려가 뭉갰다. 그리고 고려는 송나라의 조공국이였다. 조공국이 상국의 골칫거리를 조져버렸으니 그것을 상국에 고하러(자랑하러) 가지 않을수 없지 않은가?
자 이제 송나라에 자랑하러간 고려사신들의 행패(?)를 살펴보자
1. 고려사신들이 동경 개봉부(포청천이 관리하던 그 개봉부가 맞다)의 관고(국가 창고)를 멋대로 뒤져보다.
- 북송의 수도 개봉(현재 허난성 카이펑시)은 이슬람 상인들도 무수히 왕래하던 당대 최고의 국제도시였다. 마땅히 동서양의 신묘한 문물이 넘쳤으며, 정부가 관리하던 국고에도 금은보화. 서양서적들이 가득했는데 이걸 고려사신단이 와서 관리하던 송나라 관료들을 뚜드려 패고(채찍질을 했다는 기록이 있음) 열어본거다. 물론 황제의 허락? 그런게 있을리가.. 얻어맞고 창고도 열어서 보여준 송의 관리들은 쪽팔려서 그 일을 숨기려 했으나.. 결국 소동파가 알게된다. 노발대발. 미쳤냐 새끼들아. 번국의 사신들이 기세가 얼마나 등등하면 니들이 엎드려 창고를 열어줘 병신들아. 이 고려놈들 어딨어? 사신관에 있습죠. 소동파는 머리끝까지 화가난채로 고려사신관을 찾아가, 내가 이거 다 황제한테 이를거라고 협박을 한다. 이때 고려사신들의 대답을 보자.
."... 그러시든지?(코팜)"
요나라 10만대군을 개박살내고 온 번국의 사신단 패기가 이쯤된다. 결국 소동파는 황제에게 꼬발르지 않았다.
2. 고려사신이 송나라에 올리는 공식서한에 망한 나라 당나라의 연호를 쓰다.
당이 멸망하고, 잠깐 분열되었다가 다시 통일된게 송나라다. 근데 고려사신단이 내민 문서끝에 쓴 연호가 송나라의 연호가 아닌 당나라의 연호인거다. 근데 이건 결과였다. 첨에는 아예 연호를 안썼다. 소동파가 "야! 조공국이 상국에 올리는 문건에 연호를 안쓰는게 말이 되냐!!" 라고 화를 내니 고려사신이 인상을 팍팍 쓰면서 끄트머리에 연호를 써주는데 그게 당나라 연호를 써버린다(일부러 그랬을까?)
...소동파는 당나라 연호가 적힌 문건을 접수한다
3. 송나라 연호도 안쓰고 당나라 연호 쓴 고려가 이번엔 요나라(거란) 연호를 쓴다는 첩보를 소동파가 입수한다.
"야!!!!!!!!! 미친거야!!!? 미친거냐!!? 니들 우리 조공국 아냐!!!??"
소동파의 열토에 고려사신이 답한다
"..니들 우리덕에 요나라랑 전쟁 안하게 됬는데, 뭘 자꾸 따져. 요나라가 자기들 연호 사용해주면 우리 고려 물건 비싸게 사준댔어"
고려는 한동안 송나라 연호와 요나라 연호를 번갈아 사용한다
4. 고려사신단이 송나라 개봉에서 자기들 승전파티를 열다.
조공을 받는 입장에서 특별한 일이 아닌이상 조공을 받는 행사일정을 다른 여러 조공국들과 맞춰서 진행했기 때문에 여진, 남만, 서하 등 여러나라의 사신단이 개봉에 다 와 있었다. 이때 고려사신단이 "우리 강감찬이가 어? 요나라 10만 어? 다 조졌어요. 어? 야 다같이 축하파티 한번 하자!" 하니 다른나라의 사신들도 모두 고려사신관을 찾아가 놀게된다. 문제는 일단 상국 수도에 왔는데 황제한테 인사를 하기도 전에 고려사신단에 인사를 먼저하게 되었단 것. 게다가 진상품도 고려사신단에 줘버림(10만대군 조진것도 조진거지만. 당시 고려왕 문종은 송나라와 요나라 사이를 저울질 하며 60만 대군을 양성중이였다. 이런나라에는 잘 보여야 한다)
소동파는 이일을 문제삼지 못했다.
5. 송나라 - 요나라 간 국경분쟁이 발생하여 송의 교섭단이 요의 군막을 가보니 고려사신단이 와서 대접을 받고 있더라
"!?!?!?!?!?!?! 니들이 여기 왜 와있냐?"
"어 헤헤 그냥 구경와봤어(실제로 했다는 말)"
"!?!?!?!?!?!?!?!?!?!?!?!"
"ㅎㅎ 야야 걱정마 그래도 우리 고려국왕전하는 요나라보다는 니들 송나라가 좀더 좋대 ㅎㅎ"(이거도 실제로 했다고)
그리고 참고로 옆에는 요나라 사령관이 앉아있었다.
6... 기타..
조공국(고려)이 공물을 상국(송나라)에 보냈으니 상국이 그 답례품을 고려에 하사했으나 답례품에 문제 있다는 의심을 품고 고려가 송나라 사신앞에서 답례품을 박살내어본적도 있고.. 그라고 고려사신은 요나라에 가서도 마찬가지로 엄청났다고 함. 말이 고려가 조공국이지 일년에 6번씩 찾아가서 상국의 하사품(????)을 갈취해 오기도 했다고
소동파.. "..고려국에 태어나 죽기전에 금강산을 한번 보면 소원이 없겠다." 라는 말을 했다고도 전해지는데, 위의 일화를 보면 그런소리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것 같다.. 소동파.. 고려금수론... ㅇㅈ...
ps. 판관 포청전 에피소드중에 고려 태자가 송나라 개봉에 놀러와서 개판쳐놓는거 수사하는 것도 있다고 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