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인 <올드 가드>역시 결코 훌륭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협업속에서 만들어지는 상업영화로써 범작의 가치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할 만 했습니다. 싸우는 여자, 闘姫의 이미지를 십분 발휘하는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은 거대자본이 그려내는 블록버스터 텐트폴 영화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긴 하지만 불멸자들의 고분군투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킬링 타임 스낵무비로 매도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라 이 IP로 속편이 나온다는 뉴스를 듣고 내심 기대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각본가는 그대로지만 감독이 바뀐것이 수상쩍긴 했습니다. 필모그래피에 뭔가 이상한 작품이 들어있었지만 괘념치 않았습니다. <STAR WARS> 캐논 프랜차이즈 영화가 에피소드 9까지 만들어졌다니 너무 질 나쁜 농담 아니겠어요?
전작의 캐스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도입부의 전투장면이 불길한 냄새를 풍겼지만 허스크바나 모터사이클이 나와서 일단 계속 보기로 했습니다. 잊어먹고 있었는데 전작의 후반부에서 주인공 앤디가 불멸자의 능력을 잃었었더랬죠? 그래서 총알을 맞아가면서, 칼에 찔려가면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CG 비용도 아끼고 저예산으로 때우나 싶었는데 자동차 스턴트에 몰빵했나봅니다.
전작도 예상이 가능한 수준의 뻔하디뻔한 클리셰 덩어리였는데, 본작은 아예 관객의 수준을 시험하려 들지도 않습니다. 마치 중고교 시절 수학 교과서의 예제마냥 총격전-CQC-카체이스-대화장면 순으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나 싸워야 하는 목적, 이상, 당위성 같은건 눈꼽만큼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관객은 뭔가 쟤랑 얘랑 갈등이 있는것 같긴 한데 싸우는 액션도 신통치 않고, 조연들은 잽싸게 퇴장하고, 최종보스는 싸우다 도망가고, 500년의 원한은 1분만에 풀리고 심지어 다음편을 기대해달랍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
그래도 궁금해서 뭔가 이야기가 진행될 줄 알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기대했던 사람들이 시청시간을 늘려줄테고, 얼마나 똥인지 찍어먹어보려는 사람들이 가세할테니 넷플릭스입장에서 투자금 대비 회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딴게 4년만에 돌아온 후속작이라니 정말이지 화가 납니다. 90분이나 끌면서 겨우 이걸 보여주려고 했단 말인지, 다음편에서 뭔가 또 이야기는 진행이 되겠지만 전혀 궁금하지가 않습니다. 그냥 첫작품으로 끝내지 그랬나 싶습니다. 더워 죽겠는데 열이 뻗칩니다.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0.5점입니다.
외화 | 692명이 읽었어요. 18.97.9.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