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sn't personal'
'It was all personal to me'
영화 테이큰이라던가 기타의 많은 영화들에서 자주 나오던 대사처럼
킬러의 실수와 복수라는 이야기는 지루하게 느껴질만도 하지만
'더 킬러'는 그런 심심함을 굉장히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내서 매우 즐기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2.
다른 데이빗 핀처의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살인의 기술을 묘사하는 짧은 도입부 영상도 훌륭하지만
본 영화의 1장에 해당하는 초반 20여분 부터가 크게 인상적이었는데요
독백에 이어서 주인공이 스트레칭하는 장면이 나올 때,
킬러의 몸선을 따라서 줌 인/아웃으로 화면에 구도를 그려내는 것 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후에는 킬러가 저격을 그리고 암살 대상은 여흥을 준비하는 과정이 교차되는데
잠복중이던 킬러가 잠에서 깨자 표적의 저택에는 조명이 들어오고 저택의 커텐이 젖혀진 뒤에는 킬러가 저격을 위해 창문을 여는 등
이 두 개의 다른 풍경이 대비되면서 킬러의 심박이 올라갈 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긴장감도 같이 올라간다고 할 수있겠습니다.
특히나 암살 대상의 여흥이 킬러의 암살 계약과 대비되는 모습은 후반부에 틸다 스윈튼과의 대화 장면의 복선 격이라고도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최우식 톤으로)
4장에서의 맨손 격투씬도 매력적인 장면입니다.
영화 그래비티의 우주 정거장 파괴 장면, 127시간에서의 절단 장면에서처럼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 효과음처럼 귀에 와닿으면서
동시에 킬러와 비스트가 합을 주고받는 장면은 정적으로 그러다 힘의 반동이 생길 때에는 셰이키 캠을 강조하는 연출이
타격감을 극대화하는 경험을 선사해줍니다.
그밖에 소소한 재미라면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블랙 유머가 들어간 장면들이 있겠네요
3.
앞서 언급했던 블랙 유머처럼 영화의 이야기는 아이러니함으로 가득합니다.
끊임없이 주문처럼 외우며 주인공의 독백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그의 신조는 철저한 이해득실과 절제된 감정을 강조하지만
막상 복수를 위한 이 여정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사적인 것이라던가
주인공의 프로페셔널함을 드러낼법한 전개에서 예상치 못한 실수가 터져나오는 장면들처럼 말이죠.
사실 피카레스크 장르의 고유한 속성이 그러하겠지만
킬러의 복수극에서 킬러가 아닌 관객들이 스스로에게 프로페셔널리즘을 곱씹게 만들며(미침) 아이러니함이 완성되는 점이 영화에 숨어있는 재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화 | 1157명이 읽었어요. 18.97.9.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