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라는 두 축을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빅3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공개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토르 솔로무비는 다른 두 히어로에 비해 속편을 잇기까지
혹평을 금치 못하다 돌아이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를 만난 세번째 타이틀 <라그나로크>에서야
포텐을 폭발시키고 뒤이어 인피니티 사가의 막을 성공적으로 내리는데 합류했는데, 페이즈1,2의
빌드업 과정에서 신화속의 주인공을 설명하기 위한 별천지 아스가르드 이야기나 고대에 봉인된
외계종족 벌칸...아니 다크엘프 같은 판타지에나 어울리는 배경설정과 소재들이 현실에 가깝게
윤색되어있는 지구-19999의 핍진성과 동떨어진 서사를 굴려가고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첫 단추를 끼운 케네스 브레너 부터가 고전 세익스피어 비극들, 궁정에서 벌어지는 권력 암투의
얼개에 수퍼히어로를 끼워맞추려는 무리수를 두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토에이의 특촬물(특히 가면라이더 시리즈)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왜국
특촬 테이스트가 엿보이는 토르의 솔로무비들도 즐겁게 보는 편이었는데 범우주적 규모의 재앙이
닥쳐오는 <다크 월드>같은 큰 사건조차 MCU세계관 속 다른 스토리 아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따로 국밥같은 생경함이 그득한 것은 물론이요, 사실상 힘으로 뚜까 부수는 직선적인 또르 캐릭터보다
열등감과 악함을 내재한 채 갈등의 핵심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로키의 매력이 훨씬 더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캡틴이나 아이언-맨 처럼 이야기를 끌고가는 추진력이 툭툭 끊어지는 헛헛함이 컸습니다.
<라그나로크>에서는 비로소 원작 코믹북의 향취를 듬뿍 발라놓고 어설펐던 전투액션을 죄다
VFX떡칠로 커버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충분한 당위성과 간지를 보여주는
제대로 된 빌런 헬라의 등장과 함께 1,2편에서 피식잼도 유발시키기 어려웠던 개그 코드들을
쌈마이 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일신하면서 <인피니티 워>-<엔드 게임>에 이르는
페이즈 3의 종막을 여는 포문같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됩니다.
그나저나 페이즈4에 이르러 MCU의 작품들은 그저 갓갓갓인 스파이디를 제외하고는 죄다
나사 한 움큼씩 빠진 듯한 어설픔을 보여주고 있는데 장대한 인피니티 사가를 완결시킨 이후
사망과 은퇴로 지워진 두 히어로의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카리스마를 가진 영웅이
없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마블 팬들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를 통해 차근차근 빌드업 중인
영 어벤저스나 시크릿 인베이전, 판권이 해결된 판타스틱4나 X-MEN 같은 신규 아이템빨로
이후의 페이즈5까지 달려나갈 속셈인 것 처럼 보이는데, 왜국 아니메의 십덕후들처럼 MCU의
세세한 뒷설정이나 공개되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까지 속속들이 챙겨보지 않는 '평범한'
관객들에게는 사건들의 개연성과 캐릭터들의 갈등요소들마저 낯설게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예견된 대로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폭망으로 갈음되었고 그나마 희망을 걸만한 작품은
원조 어벤저스에서 제일 힘세고 강려크한 토르가 아닌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플롯이 트위터를 통해 홀랑 까발려지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몇몇 화려한 시퀀스들은
눈요기를 넘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듬뿍 키워주긴 했지만 <이터널스>,<대혼돈의 멀티버스>등이
부풀어오른 기대치를 차근차근 깨부숴 주면서 이번 작품도 폭망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등장하고
개봉을 며칠 남겨놓고는 시사회에서의 불온한 반응까지 언급되는 등의 악재가 쏟아졌습니다.
소위 말하는 영화 전문 유튜브 채널들은 앞다투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고 어떻게든 관객들을
박스오피스 앞에 데려놓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흥행성적은 신통치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작이 갖고 있는 몇가지 매력들은 극장에서 기꺼이 봐 줄만 합니다.
+ 사운드 트랙 기깔납니다.
+ 카메오 찾는 재미 있습니다.
+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했던 배트맨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이 형 연기는 정말 좋습니다.
+ 코믹북 스러운 연출이 성공적으로 버무려져있습니다.
+ 우려했던 것 보다는 마이티 토르 분량도 적절하고 액션 시퀀스가 좋았습니다.
반대로 나쁜점을 열거해보자면
- 햄식이 또르는 병풍입니다.
- 양키 테이스트 저질개그를 너무 남발합니다.
- 발키리의 서사는 통편집 된 것 같습니다.
비단 발키리 뿐만 아니라 씬과 씬의 전환이 부자연스러운 구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타이카 감독은 강력하게 디렉터스 컷을 요구하고 있는데, 옆동네의 <저스티스 리그> 처럼
감독판이 다시 등장한다면 평가가 오지게 엇갈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 특별출연에 가깝지만 가오갤 멤버들의 등장 씬도 다 잘려나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부분은 내년 개봉예정인 가오갤 Vol.3 에서 해소될런지도 모르죠.
- 햄식이 또르가 또 등장한다는 메시지가 두번째 쿠키에 남았는데 기대가 1도 안됩니다.
아, 추가로 인디아 로즈는 핵귀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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