좆소라고는 해도 업계에서는 연봉이 꽤 높은 편에 속해서 그동안 꾹 참고 다녔네요.
동종업종, 같은 직급 대비 천오백~이천정도 더 받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작년부터 팀 매출에서 개인매출로 매출 산정기준이 변경되고
팀 이름에 "영업"이 붙더니, 사무실에서 일만 해오던 사람들을 전부 영업을 해오라며 업무시간에 아무런 근거나 인수인계, 목표 없이 외근을 나가라고 하고 있습니다.
목표 매출 달성을 못하는 사람들을 목표 미달성자로 별개 구분하여 연말 보너스에 차등을 주고, 현장으로 보직변경을 해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팀으로 협동을 하려고 하지 않고 개인의 매출만 달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요.
평생 해본적도 없는 영업에, 기존 하던 업무까지 목표를 달성하느라 동종업계에 계셨던 돌아가신 아버지 지인들에게도 전화를 돌렸습니다. 영업이 끝나면 사무실에 복귀해서 저녁 내내 일하는걸 2년동안 반복했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포괄임금제로 주고있는 연봉에 기본급이 낮은 대신 "고정야근수당"이 52시간으로 묶여있는데, 이걸 빌미삼아서 "왜 추가 근무시간이 45시간~48시간밖에 안 찍히느냐. 주는 만큼 일해라(무조건 52시간 야근을 해라)"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대표 논리로 "52시간 야근을 하면 이론상 사무실 업무에 여유가 생기지 않느냐?" 면서 그나마 있던 사무실 직원 몇명도 그만둔 현장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현장직원으로 보직변경을 시켜버렸네요.
사무실 인원이 온전히 있을때도 연월차를 사용하는걸 엄두도 못내고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는것도 부지기수였는데, 사람이 줄어들어버린 지금은 정말로 쓰러질 것 처럼 아파도 점심시간에 잠시 병원을 들렀다 와서 업무를 해내고 있습니다.
신장에 돌이 생겨서 쇄석술을 하고 온 날, 토하고 피오줌을 싸며 야근을 하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구요.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 하나 대타를 해줄 사람도 없고, 다들 본인 업무에 치이니 개인 사정으로 연월차를 쓰면 역적이 됩니다. 여름휴가? 그런건 없습니다. 떠있는 해를 보며 퇴근한지도 꽤 오래된 거 같아요.
(그와중에 연차비는 줄 수 없으니 알아서 소진하라고 합니다. 실제로 연월차를 써놓고 출근해서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엉망진창입니다. 일 잘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은 벌써 다들 그만둬 버리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정말 이기적이고 독하고 갈데없는 사람들만 남았습니다. 다들 스트레스를 한계치까지 받아서 사무실은 매일 싸우고, 욕하는 소리로 가득하네요.
그와중에 이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대표, 팀장처럼 높은 분들은 정시가 되기도 전에 골프가방을 들고 나가버리고, 진급등을 위해 잘 보이고 싶으면 주말도 반납해가며 같이 골프를 치던지, 술을 마시며 파벌에 속해야 합니다.
사실 중간에 이직 기회가 생겨서 주변에 연봉을 천오백 정도 까고 이직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많이 했었습니다.
다들 저보고 미쳤냐고 하더라구요, 아무리 힘들어도 돈은 돈이다. 천오백이 절대 작은 액수가 아니다. 절대 그만두지 말고 짤라줄때까지는 다녀라. 힘들어도 버텨라. 다른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다, 너만 힘든게 아니다... 그렇게 조언을 받았습니다.
버틸때까지 버텨보려고 노력했는데... 퇴사 시그널이 자꾸 오네요.
꿈에서, 회사를 출근하는 악몽을 꾸고, 대표앞에 가서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가 자꾸 나옵니다.
마치고 간간히 하던 운동도 포기한지 오래되었고 지병으로 당뇨가 있는데, 수치는 가면 갈수록 제어가 안되고 수면과 휴식이 요 몇년사이 너무 부족해서 몸이고 정신이고 엉망진창이 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그만두려고 합니다. 이직자리는 밍기적 거리는 사이 물건너 가서 바로 이직은 안되곘지만, 그럼에도 잠깐 쉼표를 찍고 가려고 합니다.
이 선택이 아직도 옮은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은 하지만 자신의 나태함과 연약함에 핑계를 만들어 도망가는것은 아닌지, 이번 퇴사로 인해 제 운명이 잠깐 쉬는것이 아닌 평생 쉬게 되는, 나락으로 가버리는 것이 아닌지, 한창 돈을 쫓아야 하는 나이에 편안함만 추구하는것은 아닌지 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변 어디에도 푸념할 곳은 없고, 대나무숲에 소리지르듯 알지롱에 글이나 쓰고 갑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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