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를 연속해서 몸쪽으로 던지기도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 그 뿐이 아니다. 그는 투수가 말린다고 생각할 때는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는다. 파울이 났을 때 심판이 주는 공을 투수에게 바로 던지지 않고, 공을 닦는 동작을 ‘의도적’으로 취한다. 사인을 낼 때도 마찬가지다. 엿가락 늘어지듯 꾸물꾸물. 신이 났던 타자는 김이 새 버린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382&aid=0000065698
이재원에 따르면, 박경완의 ‘역발상’ 리드는 2군서도 변함이 없었다. “초구부터 포크볼을 던지게 하시더라고요. 2군에선 타자들이 그냥 막 치는 경우도 많은데…. 역시 선배님이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덕아웃 들어가서 (동료들에게) 그랬어요. 초구라고 직구 들어오는 것 아니라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76&aid=0002053809
5회에는 박경완의 과감한 리드가 압권이었다. 최 정의 역전 투런홈런으로 2-1 아슬아슬한 리드를 하고 있던 SK는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박한이에게 볼넷, 박석민의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2루 상황. 4번 타자 최형우가 들어섰다. 희생번트 자세를 취하던 최형우는 투수 이승호(20번)의 3구째에 버스터를 했다. 버스터란 번트를 하는 척 하면서 수비들을 전지시킨 뒤 곧바로 자세를 바꿔 강공을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페이크 번트(fake bunt)라고 한다. 최형우가 날린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는 약간 휘면서 우선상 파울라인으로 조금 벗어났다. 삼성은 불운했고, SK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황.
볼카운트 2-1, 박경완은 최형우의 아쉬움이 담긴 심리적인 공백상태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바깥쪽 직구 승부를 요구했다. 이승호는 140km짜리 바깥쪽 꽉 찬 직구를 던졌다. 곧바로 승부구가 올 지 예상치 못했던 최형우는 방망이를 내밀지도 못한 채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결국 상승세의 흐름이 끊어진 삼성 타선은 단 1점도 내지 못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20&aid=0002176278
○KS 3차전 ‘역발상 리드’ 최종 타깃은 2루주자였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3차전에서 패한 후, 3회말 무사 2루에서 최형우가 포수 견제사로 아웃된 장면을 가장 아쉬운 순간으로 꼽았다. 삼성 모 선수는 “SK의 고급야구에 당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보통 타자가 번트를 대기 가장 어려운 공은 몸쪽 빠른 직구다. 정규시즌처럼 그냥 ‘대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타자는 이 공을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하지만 박한이 타석 볼카운트 0-1에서 박경완이 요구한 공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였다. 박한이는 번트를 대지 못하고 공을 흘려보냈고, 3루 쪽으로 중심을 쏠렸던 최형우는 박경완의 견제에 걸렸다. 모 선수는 “번트에 약한 우리 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이미 2루 견제까지 염두에 두고 역으로 볼 배합을 했다”고 평했다. 그는 고급야구의 지휘자였다.
○KS 1∼4차전, 시리즈 전체를 지배한 무언의 투혼
박경완은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결장했다. 올 시즌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달고 살았다. 잠자리를 털고 나면, 한 시간 가량 서서히 오른발을 움직여줘야할 정도였다. 그러나 통증을 참고 그라운드에 섰고, “아시안게임을 출전을 위해 수술을 또 (한 달가량) 미뤘다”고 했다. 절대적 존재의 투혼은 후배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정우람은 손톱이 깨졌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이게 SK야구”라고 평했다. 그는 전술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주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7&oid=018&aid=0002325581
2차전 5회 무사 1,2루. SK가 2-1로 앞선 상황이었다. 박경완은 최형우를 상대로 볼 카운트 2-1에서 직구를 택한다. 결과는 삼진. 3-1로 앞선 7회 무사 1루서는 이날 2개의 안타를 때려낸 박석민을 상대로 볼 카운트 2-3에서 직구를 택해 또 한번 삼진을 잡아냈다. 2-3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 박경완 스타일이다. 볼넷을 내보내더라도 지금 타자보다 다음 타자에 약점이 보인다면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된다는 철학이 그의 볼배합에 깔려 있다. 박경완의 경기에 볼넷은 많지만 실점은 적은 이유다. 상대 타자들 역시 박경완식 리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서 그의 선택은 늘 타자들의 예상을 빗겨가고 있다.
3차전도 그랬다. 이날의 백미였던 9회 1사 2,3루의 연속 삼진. 박경완은 진갑용을 상대로 볼 카운트 2-3에서 직구를 택해 삼진을 잡아냈다. 스트라이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1루가 비어있는 상황. 평상시 박경완이라면 떨어지는 변화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박경완은 '뻔한' 직구로 진갑용을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 조동찬. 볼 카운트는 2-1이었다. 이미 삼성 타자들의 머릿속엔 박경완의 직구 승부가 가득 차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박경완은 이 승부처에서 슬라이더를 택한다. 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조동찬의 헛스윙을 유도한다. 치지 않았어도 스트라이크였다.
단순한 역발상 배합이 아니다. 박경완은 역의 역을 찌르는, 그래서 상대가 노림수를 가지면 또 돌아가는 변화무쌍 볼배합으로 한국시리즈를 지배하고 있다. 경기 상황과 타자의 상태, 타석에서의 모습을 모두 합산, 최종 결정을 내리는, 머리가 깨질 듯 아프지만 효율적인 선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참고로 시리즈 4차전내에 SK가 잡은 삼진은 42개
저런 기사와 결과를 보면서 포수리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안들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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